“당사자가 필요한 서비스는 법이 없어도 싸우면 만들어줘...당사자의 힘 있어야 법 기능 보장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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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가 필요한 서비스는 법이 없어도 싸우면 만들어줘...당사자의 힘 있어야 법 기능 보장돼”

발라드 0 1,177 2023.05.02 11:37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입법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 및 기자회견이 2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됐다.

결의대회는 지난 2월 3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달 14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대한 지지와 국회의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법에 복지서비스 장이 생겼지만 미비한 제도와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정책으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의 변화가 없었다는 지적이 정신장애계에서 오랜 시간 흘러나왔다.

또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지난 2021년 삭제됐지만 등록 정신장애인만이 이 법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미등록 정신질환자에 대한 서비스는 공백으로 남겨졌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왔다.

발제를 한 김도희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 자문위원은 “정신건강상 응급·위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정신응급 및 위기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며 “공공이송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남 의원 개정안과 관련해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을 상근으로 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동료지원가를 채용해 활용해야 한다”며 “치료 기능을 상실한 정신요양시설을 폐지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남 의원 발의안은 정신요양시설을 폐지하는 대신 사회적 지지 관계가 없이 고립된 요양원 입소자들을 위해서 부득이한 경우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요양원을 변경해 그 안에서 요양과 서비스, 거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가족에의 정보 제공, 교육과 돌봄, 휴식권 등을 담았다.

김 자문위원은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이들을 위해 단기 주거지원과 전환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이는 병원이나 시설에서 퇴원 계획을 세우고 빠르게 지역사회로 나와서 안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자문위원은 인 의원 발의안과 관련해 “동의입원이 자의입원이긴 한데 보호의무자 입원을 우회해 오남용되고 있다”며 “보호의무자 입원과 동의입원 둘 다 폐지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입원과 동시에 퇴원계획을 세워야 하고 거기에 필요한 서비스와 서비스 제공 기관을 연계해야 한다는 의무적 규정을 두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자문위원은 특히 “가족들이 행정입원과 응급입원이 폐지되는 것으로 오해한다”며 “이 입원 유형은 그대로 있으며 가족들이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차조력인이나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대면할 수 있는 권리를 누구도 막을 수 없도록 명시했다”며 “통신과 면회의 자유 역시 헌법상 기본 권리로 이 기본권 제한은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특히 동료지원가 정책과 관련해 “회복 중인 사람에게 동료지원은 거스를 수 없는 시류”라며 “법적인 근거 지원이 없었고 마치 시혜적으로 비쳐져 (인 의워 법안에) 동료지원가 양성 규정, 단체의 지원까지 명확하게 넣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입법 결의대회 및 기자회견이 2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김 자문위원은 격리·강박의 경우 법으로 명시하고 처벌 규정 역시 만들었다고 밝혔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발달장애 운동의 역사에 비춰 정신장애 운동의 나아갈 방향을 권고했다.

윤 회장은 “지난 대선 때 정신장애인과 가족을 만나면서 이들의 운동이 발달장애운동이 시작되던 30년 전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얘기할 때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욕했다”며 “지금은 국가책임제 말하면 70%가 동의한다”고 전했다.

윤 회장은 “이는 (정치적) 표의 문제도 아니고 조직의 힘의 문제”라며 “우리가 이 세상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개혁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을 잘 만들어야 이후의 법이 실행되는 과정들을 지켜낼 수 있다”며 “아무리 법을 잘 만들어도 실행을 잘 못하면 그 법은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만드는 데 반대하는 단위는 없을 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 있게 치고 나갈 단위가 필요하다”며 “당사자와 부모 단위가 뭉쳐서 이 법안을 가지고 공부하고 숙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법안 통과도 중요하지만 그냥 전문가 중심으로, 혹은 국회의원 몇 명 중심으로 통과되면 사문화될 확률이 높다”며 “당사자의 힘이 있어야 통과된 이후에 법의 기능이 보장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누군가 지원을 해주지만 결정권은 당사자에게 있는 거다”라며 “서비스를 받을 권리도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 서비스를 지금 국가가 주는데 이는 잘못된 서비스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필요한 서비스는 법이 없어도 싸우면 만들어준다”며 “당사자와 부모가 그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을 때 이 법은 실효성 있게 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제형 정신건강복지법 입법추진위원장은 “국회에서 이 법의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법안이 계류될 수 있고 복지부 등이 부정적 의견을 내거나 새 법안이 발의되면 대안반영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경우 정 위원장은 “발의안이 일부만 수정 반영돼 반쪽짜리 법을 마주할 수 있는 만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해 관련 단체들에 소통과 지지을 요청하고 당사자단체 중심으로 의료계와 간담회를 추진할 수 있다”며 “법안의 세부적 내용에 대한 우려와 의문점을 해소하고 큰 틀에서 연대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룸센터 정문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한국의 장애인권리협약 2·3차 국가보고서에 대해 심의한 최종 견해를 인용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입법 촉구 기자회견이 27일 여의도 이룸센터 정문에서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조 변호사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정신장애인 등 모든 장애를 아우르는 장애 개념을 채택해 그들의 특성과 요구가 인정되도록 보장하라고 권고했다”며 “이는 장애 등록 여부를 넘어 중첩되는 정신질환자, 정신장애인의 복지 사각지대를 메어나갈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신장애인 등이 강제적인 치료, 특히 격리로 귀결되는 치료에 종속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라고 했다”며 “(개정안) 69조의 3은 정신질환자 권익 보호 모니터링을 하는 동료지원센터를 규정하고 격리 시 모니터링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사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지연된 정의가 되지 않도록 발의안은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혜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지원센터의 설립”이라며 “당사자가 힘을 합칠 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당사자로 구성된 동료지원센터가 생긴다면 퇴색됐던 치유의 능력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정안에서 느낀 바는 당사자가 그나마 보인다는 것”이라며 “개정안의 보호를 받게 될 수혜자가 당사자 자신이 되길 바라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모두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결의대회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재단법인 동천,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한국정신장애인가족지원가협회,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한국정신장애인협회, 한국조현병회복협회 심지회가 공동주최했다.

출처 : e마인드포스트(http://www.mindpo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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