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 쏘아 올린 '뇌 질환' 프레임의 진실, 우리의 고통은 제약회사의 수익 모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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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 쏘아 올린 '뇌 질환' 프레임의 진실, 우리의 고통은 제약회사의 수익 모델이 아니다

홍보지원업무담당 0 13 05.04 09:37
Screenshot 2026-05-01 230615.png(c) Mad In America

 

 

미국 뉴욕시립대학교의 철학자이자 과학사가인 저스틴 가슨이 최근 출간한 저서 '광기 알약: 조현병을 이해하기 위한 한 의사의 탐구'를 통해 현대 생물학적 정신의학의 기원과 한계를 날카롭게 해부했다. 가슨은 미국의 대안 언론 '매드 인 아메리카'의 제임스 무어와 진행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정신과 약물 개발의 역사적 배경을 짚으며, 당사자의 삶을 옥죄는 약물 중심주의적 치료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이 인터뷰는 정신장애인의 고통을 뇌의 화학적 불균형으로 축소해 온 주류 정신의학의 맹점을 꼬집고, 당사자 중심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버지의 비극이 남긴 질문, 그리고 생물학적 정신의학의 기원

가슨이 정신의학의 역사에 천착하게 된 배경에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던 아버지의 비극적인 삶이 자리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 편집성 조현병 진단을 받은 그의 아버지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심리치료를 받으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증상이 재발했을 때, 정신의학계의 흐름은 이미 약물 중심으로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저스틴 가슨은 "아버지가 겪은 정신건강 시스템과의 경험은 정신의학 자체의 변화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멜라릴, 토라진, 할돌과 같은 1세대 항정신병 약물을 강제로 처방받았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낳았다. 가슨은 "약물은 때때로 고통스러운 환청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아버지를 심하게 해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약물로 인한 심각한 인지 기능 저하와 운동 장애를 겪었으며, 결국 항정신병 약물 유발성 연하곤란으로 인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 했다. 이러한 가족의 고통스러운 경험은 가슨으로 하여금 생물학적 관점이 도대체 어디서 기원했으며, 당사자를 위한 더 나은 대안은 없었는지 묻게 만들었다.

 

마약 하위문화가 쏘아 올린 '도파민 가설'과 제약산업의 폭주

가슨의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주류로 자리 잡은 정신약리학은 1960년대와 70년대의 불법 약물 하위문화에 큰 빚을 지고 있다. 가슨은 "LSD와 암페타민 같은 마약 하위문화가 정신의학을 어떻게 형성했는지에 대한 흥미롭고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암페타민 남용은 조현병과 거의 구별할 수 없는 정신증을 유발했다. 이를 연구하던 솔로몬 스나이더는 1970년 암페타민이 뇌에 도파민을 범람시켜 정신증을 촉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조현병 역시 도파민 기능 장애일 것이라는 '도파민 가설'을 제안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가설이 확고한 물증 없이 간접적인 정황만으로 정신의학계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솔로몬 스나이더는 "조현병의 도파민 가설은 정의상 직접적인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나이더의 멘토인 줄리어스 액설로드가 신경전달물질 재흡수 메커니즘을 발견하면서, 프로작과 같은 블록버스터 정신과 약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슨은 "이러한 발견의 어두운 이면은 많은 정신과 의사들에게 정신의학의 미래가 단지 약물로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한 증거가 없는 화학적 불균형 이론이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자본의 논리와 맞닿아 있다. 가슨은 "정신질환을 약물로 수정해야 할 화학적 불균형으로 보는 시각은 매우 수익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거대 제약회사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뇌의 신경전달물질 문제로 규정함으로써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당사자들은 평생 약물에 의존해야 하는 굴레에 갇히게 됐다.

 

뇌 질환 프레임이 낳은 낙인의 역설과 대안적 미래

주류 정신의학계는 정신질환을 당뇨병이나 암과 같은 '뇌 질환'으로 규정하는 것이 환자의 수치심과 사회적 낙인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생물학적 프레임이 오히려 당사자에게 더 큰 해악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슨은 "누군가의 정신증을 뇌 질환으로 믿는다면, 그들을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사람으로 볼 가능성이 더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지난 30년간 오히려 증가했으며, 뇌 질환이라는 믿음은 당사자로 하여금 회복에 대한 비관주의를 낳고 약물에 더 오래 의존하게 만들었다.

 

더욱 뼈아픈 것은 다름을 포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척박한 현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나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는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예후가 서구 선진국보다 훨씬 뛰어나다. 환청을 듣거나 기이한 행동을 하더라도 지역사회 내에서 배제되지 않고 수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 사회는 이들을 격리하거나 약물로 억압하는 방식을 택했다. 가슨은 "우리는 규범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해 점점 더 불관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당사자의 인간성을 훼손하지 않고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의료 권력에 종속된 현재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집어야 한다. 소테리아 하우스나 히어링보이스네트워크(Hearing Voices Network)처럼 약물을 최소화하고 당사자의 경험을 존중하는 대안적 접근법이 이미 존재하지만, 생의학적 정신의학의 독점에 밀려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슨은 "변화는 정신의학 내부가 아니라 약물 중심 모델의 폐해를 경험한 전직 환자들과 옹호 단체들로부터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신장애인의 삶을 억압해 온 '화학적 불균형'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마인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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