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아니라 약물 부작용이었다: 인간을 자살로 내모는 화학적 고문 '아카시지아'의 공포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당사자들에게 '부작용'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입이 마르고, 살이 찌고, 잠이 쏟아지는 경험은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불편한 수준을 넘어, 영혼을 파괴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바로 '아카시지아(Akathisia, 정좌불능증)'다. 아카시지아는 항우울제나 항정신병 약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학적 장애로, 겉으로는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이 휘몰아치는 상태를 말한다. 독일의 비영리 단체 '아카시지아 교육 및 연구 연합(Akathisia Alliance for Education and Research)'이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정신보건 현장에서 간과되고 있는 이 '화학적 테러'의 실체를 추적했다.
아카시지아는 그리스어로 '앉아 있지 못함'을 뜻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 증상은 약물 복용 초기, 용량 변경 시, 혹은 단약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불안과 혼동된다는 점이다. 독일의 '조현병' S3 진료 지침은 아카시지아가 자살 위험을 높인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단극성 우울증' 지침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수많은 SSRI 및 SNRI 항우울제 설명서에 아카시지아 위험이 경고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 현장에서는 이를 우울증의 악화로 오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데미르 연구팀은 "아카시지아는 의사들에 의해 자주 간과되거나 잘못 진단된다"고 지적했다.
오진은 재앙을 부른다. 환자가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극심한 초조함과 자살 충동을 느끼는데, 의사는 이를 '우울증이 심해진 것'으로 판단하여 약 용량을 늘리는 결정을 내리곤 한다.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살렘 연구팀은 "아카시지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자살 생각, 공격성, 폭력성의 발생 및 악화와 연관되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아카시지아 환우회 회원 중 100명 이상이 2018년 이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응급 상황인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당사자가 느끼는 아카시지아의 고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이는 일반적인 불안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셉 글렌뮬렌 박사는 "아카시지아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불안정함이고 다른 하나는 내면에서 오는 끔찍한 고통이라는 훨씬 더 중요한 측면이다"라고 설명했다.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당사자였던 조던 피터슨 박사는 "나는 아카시지아라는 증후군을 앓았는데 그 경험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고 회고했다.
당사자들의 증언은 더욱 처절하다. 익명의 한 당사자는 "살면서 느꼈던 모든 끔찍한 감정을 한꺼번에 모아 뱃속에서 200배로 증폭시킨 뒤, 공포 영화 속에 살고 있는 듯한 테러와 패닉을 더한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당사자 로버트 B는 "끝없이 죽고 싶은 욕구와 몸 안에서 질식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피부를 벗겨내고 싶은 충동을 막기 위해 차라리 몸에 불을 지르고 싶은 욕구"라고 묘사했다. 이처럼 아카시지아는 '피부가 벗겨지는 느낌', '전기 충격',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등 끔찍한 신체 감각과 함께, 안전한 사람이나 장소에 집착하는 공포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아카시지아로 인한 자살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이 무망감과 무기력함에서 비롯된다면, 아카시지아 환자의 자살은 '탈출'을 위한 몸부림이다.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보이지 않는 고통이 견딜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한 사람은 불타는 고층 빌딩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처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고 비유했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은 추락이 좋아서가 아니라, 등 뒤의 불길이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로어 연구팀은 "아카시지아는 일반적으로 과소 진단되거나 오진된다"고 밝혔다.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이 없더라도 내면의 고통만으로 아카시지아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의료진이 이 '화학적 고문'을 질병의 증상으로 착각하는 순간, 당사자는 지옥을 경험한다. 우리는 약물이 주는 도움을 부정하지 않지만, 약물이 우리 뇌에 가할 수 있는 폭력적인 부작용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아카시지아는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즉각적인 개입과 자살 예방이 필요한 의학적 비상사태다.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고통을 '증상'이 아닌 '부작용'으로 의심하고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진정한 회복과 인권 옹호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