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진료실에 온기를, 약물 대신 ‘사람의 목소리’가 흐른다
2026년 제2기 오픈다이얼로그 입문 워크숍 4월 개최... 영국 ‘관계적 정신의학’ 모델 한국 상륙
차가운 철문과 결박, 그리고 일방적인 약물 처방으로 대변되던 대한민국 정신건강 현장에 ‘대화’라는 이름의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단순히 치료의 대상이 아닌, 회복의 주체이자 전문가와 동등한 동료로서 마주 앉는 혁신적인 실험이 2026년에도 이어진다.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하 인재원)은 오는 4월, ‘2026년 제2기 오픈다이얼로그 입문 워크숍’을 개최하며 사람 중심의 정신건강 서비스 확산에 박차를 가한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2025년 11월과 2026년 2월에 열린 입문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인재원 측은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주최로 지난 워크숍에 이어, 2026년 제2기 오픈 다이얼로그 입문 워크숍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공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교육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R&D 사업을 통해 개발된 ‘한국형 교육훈련 프레임워크’의 첫 단계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창하는 인권 기반 치료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는 1980년대 핀란드에서 시작된 정신건강 돌봄 기법이자 철학이다. 이는 급성기 정신증 환자에게 즉각적인 약물 투여나 격리 대신,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열린 대화’를 나누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 기법은 전 세계 35개국으로 확산되었으며, 특히 영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은 현재 공공의료(NHS) 시스템 내에 오픈 다이얼로그를 도입하며 ‘관계적 정신의학(Relational Psychiatry)의 복원’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증상만을 제거하려는 기계적인 의료 행위에서 벗어나, 치료의 본질인 ‘인간대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한국의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짧은 진료 시간과 권위적인 태도에 상처받아온 현실을 비추어볼 때, 이러한 외신의 흐름은 국내 도입의 시급성을 강력하게 역설한다.
이번 교육 과정은 단순한 이론 습득을 넘어선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참가자의 구성이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뿐만 아니라, 정신적 위기를 경험하고 회복한 ‘동료지원가’와 가족지원가가 함께 교육을 받는다. 주최 측은 "교육 진행은 의사, 간호사, 동료지원가, 가족지원가로 구성된 공동 강사진이 맡으며, 참가자 역시 다양한 배경의 다부문 혼합 집단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문가의 권위 뒤에 숨지 않고, 당사자의 고통을 가장 잘 아는 동료지원가가 교육의 주체로서 당당히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계질서가 강한 한국 의료 문화에서 서로의 눈을 맞추고 동등하게 대화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치유이자 인권 옹호의 실천이 될 전망이다.
교육 내용은 WHO의 ‘퀄리티라이츠(QualityRights)’ 이니셔티브를 기반으로 한다(첨부파일 참조). WHO는 "사람중심, 인권기반, 회복지향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해 퀄리티라이츠라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2012년부터 진행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 안에는 오픈 다이얼로그뿐만 아니라 비강압치료, 동료지원 의사결정 지원 등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핵심 가치들이 통합되어 있다. 특히 한국형 훈련 도구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선정한 ‘2025년 사회문제해결 우수 R&D 성과’로 꼽히기도 했다.
워크숍은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교육관에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21시간 동안 공감적 경청과 대화의 공간(Space)을 만드는 법을 경험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교육 관계자는 "참가자들은 3일간의 경험적 학습을 통해 공감적 경청과 대화의 공간이 실제 협업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체험하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관계자는 "그 과정에서 오픈 다이얼로그의 핵심 가치와 적용 방안을 함께 탐색하며, 전인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정신건강 돌봄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동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워크숍을 총괄하는 김성수 한국오픈다이얼로그학회 공동대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영국 에식스 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고 WHO 퀄리티라이츠 외부 검토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인물이다. 앞선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은 "오픈 다이얼로그는 정신증 치료에 대한 탁월한 성과로 인해 WHO와 유럽 평의회에 의해 모범 사례로 등재되었으며 영국의 NHS, 이탈리아 공공정신보건에 도입되는 등 현재까지 약 35개국에 보급되는 중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약물과 격리라는 낡은 관행 대신, 대화와 존중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한국 땅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예정된 총 3회의 입문 워크숍 중 이번이 2회차이며, 3회차는 8월 말에 열릴 예정이다. 또한 입문 과정을 수료한 이들을 위한 심화 과정이 9월 말에 준비되어 있어, 체계적인 전문가 양성이 기대된다. 인재원 담당자는 "2026년 9월 말에는 입문 워크숍 수료자를 위한 다음 단계의 심화 과정이 준비되어 있다"고 안내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말할 수 있는 권리'와 '들려질 권리'를 되찾아주는 이번 오픈 다이얼로그 워크숍은 한국 정신보건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신청 마감은 4월 6일 오후 6시까지이며, 정신건강 전문가와 동료지원가, 가족지원가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