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복지부, ‘251시간 묶임 사망’ 춘천 정신병원 한 달째 조사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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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복지부, ‘251시간 묶임 사망’ 춘천 정신병원 한 달째 조사 안 해

발라드 0 245 08.13 10:18
춘천ㅇ병원 격리실에 12일 이상 격리·강박돼 있던 김형진(가명·45살)씨는 손과 발, 가슴이 모두 묶인 채로 숨을 거뒀다. 사망 상태로 발견되자 당직의사 안 아무개씨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보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손과 발을 묶은 끈을 풀어내고 있다. 시시티브이 영상 갈무리
춘천ㅇ병원 격리실에 12일 이상 격리·강박돼 있던 김형진(가명·45살)씨는 손과 발, 가슴이 모두 묶인 채로 숨을 거뒀다. 사망 상태로 발견되자 당직의사 안 아무개씨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보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손과 발을 묶은 끈을 풀어내고 있다. 시시티브이 영상 갈무리
2022년 1월 40대 남성이 격리실 침대에 251시간50분간이나 묶여있다 숨진 춘천ㅇ병원 사건에 대해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가 현재까지도 자체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7월 초 한겨레의 보도 이후 보건복지부는 실태조사와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실제 아무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한겨레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보건복지부는 한겨레가 춘천ㅇ병원 사망사건을 보도한 직후인 올해 7월3일에야 강원도지사를 수신인으로 ‘정신병원 환자 사망사건 관련 현황 및 지자체 조치결과 요청’ 공문을 보낸다.

보건복지부는 이 공문에서 “해당 사건의 상세 경위, 그동안의 진행상황, 조치 내용, 현 시점 상황 등을 상세히 조사하여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틀 뒤인 5일 강원도는 조사결과를 정리해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강원도가 회신한 공문엔 복지부 요청인 ‘현 시점 상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경찰과 인권위가 조사한 내용과 강원도의 기존 정기점검 외에 새로운 조사 결과는 전혀 없었다. 공문에 첨부된 자료는 2023년 하반기 및 2024년 하반기 정신의료기관 지도·점검 결과로, 춘천ㅇ병원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2023년 점검 결과 ‘단순 경미한 현장 시정 조치’라는 개선사항만 기재돼 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 전명숙 정신건강정책과장은 한겨레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가 아주 잘 돼 있어 더 조사할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보건당국 자체 조사보고서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2023년 8월 춘천ㅇ병원 조사결과 보고서를 내고 경찰청장에게 병원장 등 의료진을 의료법 위반으로 수사의뢰했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7월1일 ‘한겨레’의 춘천ㅇ병원 사망사건 보도 직후 전국 정신병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명숙 과장은 “현재 격리·강박 실태조사 예산을 확보 중이고 8월중 시작 예정“이라며 “전수조사로 할 지 샘플링 조사를 할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 7월1일부터 3회에 걸쳐 춘천ㅇ병원 사망사건을 연속 보도했다.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은 바 있는 피해자 김형진(가명·45)씨는 편의점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2021년 12월27일 오전 5시경 경찰에 의해 춘천ㅇ병원에 응급입원돼 3일 만에 춘천시장에 의해 행정입원으로 전환됐고 총 총 12일(289시간20분) 가운데 251시간50분을 침대에 묶여 있다가 2022년 1월8일 숨졌다. 부검은 하지 않았고, 당직의에 의한 사인 추정은 ‘급성심근경색(의증)’으로 나왔다.

서미화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춘천 정신병원 사건 발생 직후는 물론 지난해 8월 인권위 조사 결과 발표와 올해 7월 언론보도 이후에도 어떠한 자체 조사도 하지 않았다. 어떠한 재발방지책도 없는 상황”이라며 “보건복지부의 조사와 재발방지책이 발 빠르게 시행되었다면 지난 5월 부천 정신병원 30대 환자가 사망하는 일은 없지 않았겠나. 사후약방문 조차 하지 않은 보건복지부의 무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같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도 “부처가 지자체를 통해 실시하는 실태조사를 하더라도, 폐쇄적인 정신의료기관에서의 특성상 학대 등 인권침해 정황이 드러나기 어렵다”며 “정신의료기관에서의 학대 피해 사실이 밝혀졌을 때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통해 학대 피해를 근절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정신질환자 권익옹호 단체 등과 함께 다각적인 조사로 인권침해 사각지대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춘천ㅇ병원쪽에 인권위 진정과 형사고소를 했던 피해자 김씨의 전 부인 박지은(가명)씨는 “자료를 찾기 위해 다 누벼본 결과 119구급일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병원 쪽 건강보험료 신청내역 확인)만 거짓이 없더라. 유일한 물증은 시시티브이 영상이고 저에게 힘을 줄 또 하나의 자료는 인권위 결정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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