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자립지원법)이 통과됐다. 이는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전환을 지원하고 자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 법안은 장애인의 자립과 권리 증진을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신장애인의 입장에서 이 법안을 비판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자립지원법, 무엇이 달라지나
자립지원법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된 주체로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중앙 및 지역 장애인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며, 자립 준비를 위한 단기 체험 시설과 주거 전환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의 이행을 위한 중요한 기틀을 제공한다.
특히,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부모들의 오랜 요구가 반영된 점은 긍정적이다. 장애인의 자립적 생활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됨으로써,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신장애인,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이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 법안이 과연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신장애인은 여전히 지역사회 통합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자립지원법이 정신장애인의 특수한 상황과 요구를 충분히 반영했는지 살펴보면, 몇 가지 한계가 드러난다.
자립 지원 서비스의 구체성이 부족하다. 법안은 자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명시했지만, 정신장애인을 위한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은 부족하다. 정신장애인은 주거 지원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정신건강 관리, 사회적 관계망 형성, 경제적 자립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안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낙인 해소 방안이 부재하다. 정신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여전히 심각한 편견과 낙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립지원법이 단순히 물리적 주거 전환을 지원하는 것에 그친다면,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배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법안이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을 위한 교육과 홍보, 지역사회의 인식 개선 방안을 포함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신건강복지법과의 연계가 부족하다. 같은 날 통과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수련기관의 질적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자립지원법과의 연계가 부족하다.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정신건강복지법과 자립지원법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진정한 자립을 위한 과제들
자립지원법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몇몇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정신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자립 지원 서비스 개발이 시급하다. 정신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주거, 취업,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이를 법안에 반영해야 한다.
두 번째로, 지역사회의 인식 개선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해소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 활동을 법적 의무로 포함해야 한다.
정신건강복지법과의 연계 강화도 중요하다. 자립지원법과 정신건강복지법 간의 정책적 연계를 통해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종합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끝으로, 정신장애인의 목소리 반영이 필수적이다. 법안의 실행 과정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이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반쪽짜리 희망을 완성하려면
자립지원법의 제정은 장애인, 특히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정신장애인의 실질적인 자립과 통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보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장애인은 단순히 주거 전환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는 정신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자립지원법이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지원하는 법이 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의 특수한 상황과 요구를 반영한 세부 지침과 실행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자립지원법이 정신장애인에게도 온전한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